플러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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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헬로 오라니! 웰컴 비밀의 정원! (쓸모없이 버려진 땅, 비밀의 정원이 되다)
작성일자 2020-07-14

양곡 현장지원센터의 코디네이터로서 오라니밭뜰의 텃밭러로서 매일 출근을 하면 가장 먼저 밭으로 간다. 아니 출근하기 전부터, 가끔은 잠들기 전에도 텃밭 생각을 한다. “오늘은 작물이 얼마나 자랐을까, 꽃은 많이 피었을까, 다른 참여가족의 밭은 안녕할까!” 밤새 조금이라도 더 자랐을지 예뻐졌을지 설레는 마음으로 내일을 기다린다. 텃밭을 하면서 생긴 일상의 변화이다. 찾아갈 수 있는 나만의 정원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작지만 확실한 행복인지.... 밭을 가져보지 못한, 가꾸어 보지 못한 사람은 모를 것이다.

 

작물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작물에게 센서가 있어서 어떤 소리에 반응하여 성장호르몬을 뿜뿜 한다는 것이 아니고 매일 드나드는 주인의 발길, 손길, 눈길을 통해 보살핌을 받기 때문에 잘 자랄 수 있다는 이야기 같다. 첫 수업 때 우리 텃밭을 이끌어 주시는 공동체인 텃밭교사회선생님의 입을 통해 들을 때는 무미건조하게 들리던 말이 이제는 어쩜 그리 실감이 가는지 초보 도시농부의 마음에도 아주 조금 농심(農心)이 깃들었나보다. 5월에는 손톱만큼씩 매일 자라는 모종과 새싹들을 보는 즐거움이 있었고 6월에는 키를 키우며 열매를 맺는 아가들을 보며 기뻤다. 주는 것 없이 자라주는 생명체들이 그저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어 종종 인생을 배우기도 했다.








! 주는 것 없었지만, 한 건 많았지!”

우리는 오라니밭뜰을 갖기 위해 참 많이도 노력했었다. 텃밭용도로 처음부터 정해진 부지가 따로 있었다. 시유지임에도 불구하고 주변 주민과의 마찰로 인해 민원의 소지가 크다는 이유로 기획단계에서 접어야만 했다. 보람 있고 의미 있는 사업이 될 것을 알기에 이대로 포기할 수 없어서 10년 가까이 방치된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지금의 땅을 유일한 대안으로 삼고 땅주인을 수소문하고 극적으로 임대계약을 맺었고 사업이 시작되었다. 엄두도 안 나는 이곳의 무질서와 황폐함만큼 주민협의체는 더욱 힘을 모아야만 했다. 차가 드나들 수 없는 맹지라서 미니포크레인 한 대 정도가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장비였다. 오로지 사람의 힘으로 쓰레기와 나무더미를 치우고, 정원형 텃밭이 되어줄 나무 밭틀과 상토를 옮기고, 그늘막을 치고, 수도용 물통과 평상을 만들었다.

 

양곡지구에서 도시재생 사업을 하면서 주민과 참여자와의 양방향 소통이 가장 잘 된 사업을 꼽으라면 단연코 오라니밭뜰이라고 말하고 싶다. 밭이 예쁘게 자리 잡는 과정에서 텃밭 수업 외에도 매일같이 주민들을 만난다. 마스크를 써서 불편하지만 인사는 반갑고 정겹다. 작물들에게 물을 주러, 작물을 돌보고 수확하러 오는 시간에 나누는 대화들이 우리 밭의 생명들처럼 파릇파릇하고 소담스럽다. 텃밭을 하면서 나는 참 운이 좋은 코디네이터라고 생각했다. 비밀의 정원의 텃밭러들이 하나같이 고운 심성을 가지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엉뚱한 생각을 해보기도 했는데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심성이 대체로 고운 걸까, 식물을 키우다보면 마음이 순해 지는 걸까인과관계를 따져 보기도 했다. 그 정도로 잘 가꿔진 본인들의 밭만큼이나 모두 동글동글하고 예쁜 마음을 가지셨다. 이런 분들과 함께 하다 보니 예산을 쓰는 사업임을 잊고 이해관계를 떠나 즐겁게 우리들의 밭을 가꾸고 있다. 그러니 지금까지 양곡 도시재생의 꽃은 오라니라고 말할 수밖에!!








비록 번듯한 길가에 자리 잡지는 않았지만 누구나 와보면 반할 수밖에 없는 작지만 유니크 하고 스토리가 있는 정원이다.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더 예쁘게 꾸며주고 싶어지는 묘한 매력이 있는 곳이다. 이 곳을 개간할 때, 예전에 집터였던 곳이라 허물어진 채 맞대어진 담장이 있었는데 나중에 쓸모가 있을 거라며 남겨 두자고 한 텃밭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이 후 선생님께서 내게 담장에 그림을 그려 보라며 권유하셔서 덜컥 그러겠다고 했다. 이게 다 이 텃밭의 매력에 빠져서이다. 그림 그리기를 너무 싫어하던 내가 어느 날 물통에 그림을 그리고 담에는 벽화를 그렸고 간판도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이 담장이 오라니의 신의 한수가 되었다.










그림을 그리겠다며 시간만 나면 밭에 가서 있던 때에 텃밭 가족분들이 해주신 말들이 떠오른다. “여러분(텃밭교사회 강사진들, 지역활성화센터플러스, 양곡주민협의체)의 수고로 우리가 이런 혜택을 누리는 구나”, “텃밭 덕분에 우리 가족이 더 가까워 졌어요,”, “귀하게 가꾸시는 곳이기에 우리도 함부로 할 수 없고 감사하게 여기게 됐어요.”, “옛날에 여기는 쓰레기장이고 으스스해서 이쪽으로 안다녔는데 이렇게 바뀔 줄은 진짜 생각도 못했어요.”, “와 우리가 이 텃밭에 참여하게 되다니 정말 복 받았다.” 등 사업을 하면서 이렇게 많이 칭찬을 들으며 소통을 하게 될 줄은 나야말로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 나에게는 작은 텃밭이 도시재생을 그려보게 했고, 인생을 이야기하게 했다. 일반적으로 도시재생사업은 여러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합의를 도출하고 사업을 진행해야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오라니밭뜰처럼 모두가 무장해제 되는 중간지대가 존재한다면 더 부드러운 재생 이야기들을 담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사업을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해보았기에 어려움도 알았고 감사도 알았고, 함께함을 알았다. 특히 우리 사업을 함께 하는 텃밭교사회선생님들을 통해 작은 것에도 희생하고 애쓰며 자연과 일을 사랑하는 마음을 배웠다. 그 분들이 있어서 우리 모두가 건강하고 아름다운 나만의 작은 밭을 갖게 되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밭에 들러서 작물을 돌봐 주시고, 병해충을 쫓으며, 더 나은 정원을 만들고 좋은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 수고해 주시는 분들이시다. 이 글을 통해 우리와 인연을 맺고 함께 해주시는 선생님들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따가운 햇빛 속에서 허리를 숙일 때 마다 조금씩 변해가는 비밀의 정원이 예뻐짐을 감사드린다.











오라니는 지금 한여름 청춘이다.

우리 양곡지구는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채 오래되고 정체되어 재생이 필요하지만, “오라니밭뜰은 여름 볕에 가장 왕성한 성장을 하며 열매를 영그는 중이다. 자라나는 식물이 주는 메시지를 받아서 주민들이 대화하고 자연스러운 소통을 한다. 요즘 도시농업의 화두가 치유농업이라고 하던데 우리는 이 곳에서 잠시 쉴 수 있고 마음에 힐링을 얻는다. 작물을 돌보며 인내와 성숙을 배우고 자라나는 꽃과 열매를 통해 보람을 알아가는 작은 치유가 있는 인생학교가 바로 이 곳이다.











아직도 오라니밭뜰에 안와 보신 분이 계신가요? 여름의 절정에 있는 비밀에 정원에 놀러 오세요. 빨간 방울토마토가 반갑게 인사해 줄거예요.

Hello 오라니! Welcome 비밀의 정원!



(글쓴이: 김포 양곡지구 특수상황지역 개발사업, 현장 코디네이터 '김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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